오늘은 교통사고를 일으켜 형사입건 된 운전자가 피해자측에 형사합의금을 지급했는데, 추후 검사로부터 불기소처분 또는 재판부로부터 무죄를 받았을 때 이미 지급한 형사합의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지에 대하여 알아보겠다.
지난 2008년 광주지방법원에서 나온 판례인데 사건에 대한 사실관계는 다음과 같다.
주변이 환하게 밝은 낮 2시경, 한 버스가 교차로에서 정상적으로 신호를 받고 직진하다가 갑자기 좌회전하는 장애인용 스쿠터와 부딪치는 사고가 났다. 이 사고로 스쿠터에 타고 있던 오토바이 운전자는 현장에서 사망하고 말았다.
버스 기사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 치사 혐의로 입건이 되었는데 경찰조사 과정에서 스쿠터 운전자 유족들과 소정의 금액을 지불하고 형사합의를 한다.
비록 형사합의를 했지만 사망사건으로 분류가 되었기에 경찰은 사건을 검찰로 송치하였는데 검찰은 경찰과 달리 버스 운전자에게 사고에 대한 과실이 없다는 이유로 ‘불기소처분’을 내린다.
검찰이 불기소처분을 내림에 따라 교특치사 혐의를 벗어난 버스기사는 유족들에게 이미 지급한 형사합의금을 돌려받고자 ‘반환청구소송’을 제기하게 되는데, 법적 근거는 민법 제109조에 있는 ‘착오에 의한 의사표시’를 적용하였다.
1심 재판부에서는 버스기사가 주장한 ‘착오’를 인정하지 않으며 기사의 청구를 기각하였으나 2심 재판부는 1심 재판부와 달리 ‘착오’를 인정하며 유족들로 하여금 이미 받은 형사합의금을 돌려주라는 판결을 선고한다. 이후 유족들이 대법원에 상고하지 않음에 따라 사건은 2심 결과로 최종 확정이 되었다.
이 판결 결론에 따르면, 앞으로 교통사고 형사사건에서 피해자 측에 형사합의금을 지급한 이후 만일 무혐의 또는 무죄라는 결과가 나오면 사고 운전자는 형사합의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는 말인데 과연 그럴까?
본 변호사의 판단은 ‘그렇지 않다’이다. 위에서 소개해드린 판결이 선고된 지 약 15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이 기간 동안 전체 형사사건에서 ‘착오’ 또는 ‘강박’을 이유로 지급한 형사합의금 반환에 대한 판결은 제법 있었다. 하지만 교통사고 형사사건에서는 그 예를 찾아보기가 힘들다.
그 이유는 실제 다수의 교통사고 형사사건에서 검사로부터 불기소처분 또는 재판부로부터 무죄를 이끌어 낼 수 있었던 요인이 바로 합의금 덕분이기 때문이다.
본 변호사가 직접 수행한 다수 교통사고 형사사건에서(가·피해자 어느쪽을 대리하든)도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형사합의금을 지급하는 이유를 교통사고 피해자가 ‘사고를 일으킨 운전자를 처벌하지 말아달라’는 의사표시를 하는 대가로 지급한다는 합의서를 작성했다.
이는 따라서 추후 운전자에게 불기소처분이 나거나 공판에서 무죄 판결을 내린다 해도 피해자에게 ‘처벌불원의사’를 이유로 지급한 대가는 돌려받지 못한다는 결론이다.
무엇보다 운전자 유·무죄 여부와 별도로 피해자측이 제출한 형사합의서는 처분하는 검찰이나 선고하는 재판부가 판단하는 데 있어 분명히 영향을 주는 요소다. 쉽게 말해 사고를 일으킨 운전자가 피해자에게 지급한 형사합의금은 무죄임에도 본인이 범죄를 저질렀다는 착오로 인하여 지급한 금원이 아니라 교통사고로 입건이 되어 ‘피의자 또는 피고인이 된 운전자를 처벌하지 말아달라는 의사표시에 대한 대가’여서다.
본 칼럼이 교통사고 사건에서 피의자 또는 피고인을 주로 대리하는 교통사고 형사전문변호사로서 유리한 의견만은 아닐 수 있는 점, 분명히 알고 있다.
동시에 교통사고 사건에서 운전자를 주로 대리하는 점이 사고 피해자 또는 사고 유족의 피해 회복을 강 건너 불구경으로는 절대로 여기지 않은 점을 강조하고 싶다.
모든 협상에서 일방에게만 유리한 승자 독식 방식은 결코 우리 쪽 의뢰인에게도 유리하지 않다는 걸 본 변호사는 수없이 많은 사건을 처리하면서 경험으로 체득하였다.
본 칼럼이 부디 교통사고 형사사건에 연루된 모든 분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는 내용이길 바라며 이번 글을 마칠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