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처리특례법(교특법) 열 두가지 중대한 과실 가운데 ‘중앙선 침범 사고’에 대해 다루어 보겠다.
교통사고 법률에 대한 별도 지식이 없더라도, 중앙선 침범으로 발생하는 사고는 아주 위험할 뿐 아니라 특히 심각한 인명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걸 쉽게 예상해볼 수 있다.
그만큼 위험하기에 교특법에서도 신호·지시 위반 그 다음에 중앙선 침범 사고를 조항으로 두고 있다. 이로 인해 인명 피해가 발생하면 운전자는 형사처벌을 받게 된다.
중앙선 침범 사고는 음주나 약물 등뿐 아니라 졸음운전이나 과속, 빗길 또는 눈길 운전으로 차량 제어가 안되는 경우 등 많은 원인이 있다. 아울러 최근에는 스마트폰 사용이 사고를 유발하는 새로운 골칫거리가 되는 경향이 있다.
중앙선 침범은 사고 원인이 너무나 명백하기에 민사적으로 당연히 침범한 측 과실이 100%가 된다. 하지만 이건 차량 블랙박스나 CCTV 등 사고원인을 알 수 있는 정확한 증거가 있을 때 성립한다.
다음과 같은 경우를 한 번 생각해보자.
산을 둘러싸고 있는 지방 국도 편도 1차선 커브길, 주변 CCTV가 없는 상황에서 마주 달리던 차가 서로 충격을 하였다. 그런데 사고 차량 양측 모두 블랙박스가 없었다. 이 사고로 인하여 한 쪽 차량 운전자가 그만 사망을 하고 말았다.
비록 중상을 입었지만 살아남은 다른 쪽 운전자는 사고 원인에 대하여 사망을 한 상대방 운전자 차량이 중앙선을 침범했다고 주장했다.
사고 원인을 식별할 수 있는 어떠한 영상 증거도 없는 상황. 유일한 판단 자료는 사망을 한 차량에 장착된 EDR(Event Data Recorder)이었다.
EDR은 사건 데이터 기록장치로, 자동차에 설치되어 사고 발생 시나 사고 직전의 다양한 차량 정보를 기록하는 장치다. 차량의 속도, 브레이크를 밟았는 지 여부, 스티어링 휠, 즉 핸들을 조정하는 정도를 담고 있어 사고 원인에 대한 어느 정도 예측을 가능하게 한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이 사고에서 사망을 한 운전자측 EDR만 존재하였고, 상대방 EDR은 파손되어 사고 원인을 파악하는데 상당한 제약이 따르고 말았다.
어떠한가? 독자분이 만일 이 사건 담당 경찰이라면 이 사건 처리를 하는데 있어 살아남은 운전자 주장대로 사망한 운전자가 중앙선을 침범하여 사고가 일어났다고 결론을 내리겠는가?
이 예시는 아주 약간 각색이 덧붙여진 실제로 일어난 사고다. 경찰은 살아남은 운전자 주장대로 사망한 운전자에게 모든 책임을 씌웠다. 사고 원인을 제공한 운전자가 사망을 했으니 사건은 그렇게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이 되었다.
경찰이 내린 결론을 받아들이지 못한 유족은 본 변호사를 찾아 사건 의뢰를 하였고, 대한교통사고감정원의 도움으로 우리는 사고 원인이 상대방 차량에 있다는 게 합리적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따라서 기존에 경찰이 내린 ‘공소권 없음’은 잘못된 판단이며, 교특법 중대과실 가운데 중앙선을 침범하여 상대방을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로 상대방 운전자를 형사 고소하였다.
참고로 차량 EDR과 사고 당시 사진을 가지고 사고 현장에 떨어진 파편과 잔해물 위치를 분석하여 내린 결론이 고소를 하는 세부적인 근거가 되었는데, 현재 진행형인 이 사건은 결론이 나면 다시 한 번 구체적으로 소개할 기회를 꼭 가져 보겠다.
마지막으로 어느 교통사고나 마찬가지지만, 중앙선 침범사고에서 이륜차 즉 오토바이는 더욱 치명적이다. 언론에도 보도된 바 있는 지난 2021년 서초동 사고가 전형적인 사례이다. 당시 오토바이는 방배역쪽을 과속으로 달리다가 속도를 제어하지 못하고 중앙선을 침범하여 마주오던 택시를 정면으로 충격하였다.
이 사고로 오토바이 운전자는 사망, 동승자는 중태에 빠진 반면, 오히려 상대방에 의해 사고를 당한 택시 기사는 아주 경미한 부상만 입었다. 또한 비록 오토바이 운전자가 사망을 했지만, CCTV 등 오토바이가 중앙선을 먼저 침범한 정황이 뚜렷하여 택시기사는 형사처벌을 면했을 뿐 아니라 어떠한 민사적 손해배상도 부담하지 않았다.
본 변호사가 뭘 말하고 싶은 지 잘 이해하셨으리라 생각한다.
다음 칼럼에서는 제한속도를 초과하는 과속 과정에서 일어나는 사고에 대하여 다루겠다. 과속 역시 중앙선 침범 이상으로 대형사고를 많이 일으킨 실적이 있는 악명높은 중대한 과실범죄다.